-일반 시사로 영화를 봤는데 관객들 반응이 좋더라. 몇몇 장면에서는 거의 포복절도 수준이었다.

임창정 러닝타임이 두 시간 정도 되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감독님께 항의성 건의를 했다. 두 시간은 코미디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는 지루할 만한 시간이다. 그리고 다시 기자 시사회 때 영화를 봤는데, 어 편집했나? 했을 정도로 시간이 훅 지나가더라. 하하!

박예진 저도 영화를 두 번 봤는데, 처음 기술 시사 때는 시간이 너무 안 갔다. 내가 너무 못한 것 같고, 창피하기까지 하더라. 그때 보면서 너무 괴로웠는데, 두 번째 볼 때는 시간이 잘 갔다. 영화를 두 번 봐야 하나?(웃음)

-처음 봤을 때는 영화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건가?

임창정 대중 예술을 하고 있는 연예인으로서 관점 자체가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점점 나이가 들고 가족이 생겨서 그런지 약간 예술성으로 치우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노래 가사를 써도 무슨 슈베르트 같다.(웃음) 조규만 씨가 노래 프로듀서를 하는데, 내가 작사한 것 보고는 너무 철학적이고 어렵다고 하더라. 대중적 핀트가 좀 나간 것 같다. 영화도 내가 재미있다고 하면 대중이 외면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많이 본다. 그래서 솔직히 <청담보살>도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게, 처음에 나의 안 좋은 모습이 너무 많이 보여서 이거 대박이겠구나 속으로 생각했다.(웃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영화를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박예진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서 ‘보살’이라는 캐릭터가 낯설고 비호감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끝까지 내용을 읽어보니까 직업은 장치일 뿐이지, 20대 후반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 느낌이 들더라. 무엇보다 일단 재미가 있었는데,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임창정 사실 감독님께서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쓰실 때, 나를 염두에 두고 승원을 만들었다고 하셨다. 그전까지 나의 캐릭터들은 수동적인 인물이었다. 순애보적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랑을 하는 연약한 캐릭터였는데, 이번에는 사랑을 위해서 적극적이고 계략도 세운다는 면이 새로웠다. 게다가 2년간 공백도 있었고, 그래서 편안하게 영화에 젖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실제 그런 인상이 짙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승원이 된 것 같다.

임창정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정형성이 있었는데, 일상과 맞지 않은 부분들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리얼하게, 어떻게 하면 실생활에 어울리는 대사로 표현할지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에 애드리브를 많이 했는데, 애드리브에 대한 기본적인 잣대가 있다. 애드리브는 현실성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같은 상황을 다르게 표현한다고 본다. 그래서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박예진 원래 시나리오보다는 오빠가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살린 부분이 많다. 어쩌면 영화 자체도 진부한 내용일 수 있는데, 시나리오와 비교해보면 식상할 수 있는 내용을 현장에서 순발력으로 살린 부분이 많다. 오빠가 현장에서 장난이 짓궂기는 했지만 워낙 유머러스해서 촬영할 때 많이 웃은 것 같다.

-박예진 씨의 경우 영화에 굉장히 오랜만이다(그동안 조연으로는 가끔 얼굴을 비쳤지만, 주연으로는 <여고괴담 2> 이후 10년 만이다). 스크린 공백으로부터 오는 부담이 크지는 않았나?

박예진 사실 새로운 작품이나 캐릭터에 욕심을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처음에 섭외 요청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저를 캐스팅할 생각이 있었냐고 감독님께 물어볼 정도였으니. 하하! 그래서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도 있었고, 모험심에 불타서 좋은 기회를 덥석 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걱정도 됐다. 그래도 태랑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연기자로서 폭이 넓어질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창정 시나리오 읽고 나서 상대 배역이 누굴까 궁금했다. 기차에서 읽었는데, 내리자마자 누가 캐스팅됐는지 알아봤는데 박예진이 거론되고 있다고 해서 박예진이 하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하하! 지금 제일 잘나가고 있지 않나? 등에 업혀갈 수 있을 것 같더라.

박예진 모험심이 없는 건 아닌데, 새로운 걸 하게 됐을 때 열심히 하는 편이다. 결정하기까지는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자격이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임창정 예진이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기만 계속했으면 아마 시나리오를 주지 못했을 같은데, 감독님이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서 발랄하고 명랑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신 것 같다.

박예진 사실 여배우가 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어도 각인된 이미지가 있으면 모험을 하기 쉽지 않다. 근데 <패밀리가 떴다>를 하면서 나의 밝고 명랑한 면이 부각됐고, 감독님이 그런 모습에서 태랑의 이미지를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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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무비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