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핏'은 10대 소녀의 성장담을 주제로 한다. 잔잔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이 영화는 배우 드류 베리모어의 감독 데뷔작이다.

엄마 손에 이끌려 미인대회에 참가한 모범생 블리스(앨런 페이지)는 답답한 시골생활에 염증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롤러더비'라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롤러걸들과 만나고, 그들이 즐기는 스피드와 자유분방함에 빠져든다.

부모님 몰래 이 경기를 배우던 그는 롤러더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보이밴드의 리드 보컬 올리버(랜던 피그)와도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친구와의 관계는 삐걱대고, 롤러더비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와도 갈등을 겪는다.

'위핏'(Whip it)은 '그냥 질러버려'라는 뜻이다. 아울러 롤러더비에서 상대를 추월하는 기술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기승전결이 분명해 명쾌하고, 보기 편하다. 중간 중간 깔리는 음악도 귀를 즐겁게 한다.

소녀의 성장통이라는 어쩌면 흔한 주제를 롤러더비 경기를 통해 풀어내 가는 베리모어의 연출력은 주목받을 만하다. 영화는 어디서 만이 본 듯한 느낌도 들게 하지만, 오히려 이런 기시감은 영화의 넉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미국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영화의 정서는 따뜻하다.

무엇보다 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건 주연과 조연들의 연기다. '주노'로 주목받은 앨런 페이지가 재능있는 연기자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또 한 번 보여준다. 겉은 냉정해 보이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는 10대 소녀의 모습을 놀랄 만큼 능숙하게 소화했다.

블리스의 엄마로 나오는 마샤 게이 하든의 안정적인 연기도 좋다. 줄리엣 루이스나 자신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드류 베리모어의 모습도 반갑다.


JTN 유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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