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망가진 연기 ‘호평’
청순미인에서 팔색조 배우로 거듭나다!

[JTN뉴스 현화영 기자] ‘영원한 남성들의 로망’ 손예진(본명 손언진.28)이 이렇게 망가질 줄 누가 알았을까.

지난 3월31일 방송을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손예진은 연애에 숙맥인 ‘엉뚱 건어물녀’ 캐릭터를 맡아 또 한 번의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청순미인’에서 출발해 ‘팜므파탈’로 진화하더니 이번에는 털털하고 지저분한 이웃집 누나 같은 이미지로 팬들을 놀라게 한 것.

그녀의 브라운관 컴백은 지난 2008년 방송된 MBC ‘스포트라이트’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 한 자릿수에 머무는 최악의 시청률로 적지 않은 심적 고통을 겪었을 그는 오랜 고심 끝에 ‘박개인’이라는 역할을 선택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인기배우로 급부상한 이민호가 곁에서 버티고 있기도 하지만 손예진은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며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순간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해나가는 배우. 신비주의와 숨어 지내기를 반복하는 다른 여배우들과는 달리 진정한 연기자, 진짜 스타를 꿈꾸는 그는 바로 ‘손예진’이다.

Keyword 1. 청순미인

대구 출신인 손예진은 지난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대중에게는 얼굴조차 생소했던 손예진은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인 주연급 역할을 맡아 청순미인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으며 단숨에 인기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러한 그의 행로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 한 편으로 청순미인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심은하를 떠올리게도 한다. 영화 ‘취화선’(2002), ‘연애소설’(2002),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드라마 ‘여름향기’(2003) 등 손예진은 자신의 강점인 청순미를 살려 2000년대 초중반 지고지순한 여성 캐릭터들을 섭렵해 나갔다. 

하지만 손예진은 연기에 욕심을 부릴 줄 아는 배우였다. 2005년 ‘작업의 정석’에서 여우같은 작업녀로 변신한 그는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는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잃은 이혼녀 역할을 소화해내 호평을 받았다. 이후 영화 ‘무방비 도시’(2007), ‘아내가 결혼했다’(2008),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 등에서 남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팜므파탈로 분해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쓰는 저력을 발휘했다.

Keyword 2. 나이트 물쇼 사건

연기에 있어 팔색조 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그에게도 악성루머는 따라다녔다. 어쩌면 이 루머가 그를 변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청순미인과 나이트클럽은 결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하지만 손예진의 데뷔 초, 그가 고향인 대구 지역 나이트클럽의 ‘죽순이’였다는 소문이 음성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청순한 미인에게 그런 과거가 숨어져 있었다니. 팬들의 실망과 의혹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손예진 본인 또한 많이 힘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손예진은 당당히 정면돌파에 나섰다. ‘작업의 정석’에서 자신의 루머를 화면으로 옮겼던 것. 이른바 ‘손예진 물쇼’로 통하는 이 장면에서 손예진은 진실 여부를 떠나 루머를 퍼뜨린 누리꾼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섹시한 나이트 물쇼 연기를 선사한다.

이는 그를 둘러싼 루머가 잦아들고, 연기에 있어서도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실로 대단한 변화들을 느낄 수가 있다. 작은 얼굴에 갸날픈 몸매, 도대체 어디서 에너지가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로 손예진은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기 시작한다.

대중이 그냥 청순하기만 했던 손예진에게서 섹시미를 발견한 것도 이 무렵이었을 것이다. ‘연기파’, ‘섹시배우’, ‘팔색조’라는 등의 수식어들도 따라붙었다. 자신의 치부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오히려 당당히 까발리는 모습에서 ‘이 배우, 보통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Keyword 3. 영화계 ‘패셔니스타’

지난 3월26일 열린 제46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손예진은 뜻밖에도 연기자상이 아닌, 옷을 잘 입는 스타에게 주어지는 상인 ‘인스타일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때마다 몸매를 빛나게 하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여신의 포스’를 풍기는 그이기에 수상결과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수상소감에서 그는 “내가 패션에 욕심이 많아서 도와주시는 스타일리스트 분들도 많다”며 감사를 표했다.

연기 뿐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에서도 깐깐한 그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중들은 쉽게 열광하고, 또 쉽게 싫증을 낸다. 배우 또한 스타의 한 사람이기에 유행과 코드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청순과 섹시를 오가는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고, 단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 스타일링으로 공개석상에 나올 때마다 주목을 받는 스타가 바로 손예진이다.

이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개인의 취향’에서 역시 그렇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제대로 망가졌다고는 하지만 손예진은 어떻게 망가져야 매력적인지를 아는 똑똑한 배우였다. 그녀의 옷, 소품, 헤어스타일은 매회 화제가 되며 그녀에게 ‘완판녀’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를 안겨줬다.

Keyword 4.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지난 2008년 11월, 손예진은 ‘아내가 결혼했다’로 제29회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당시 27살이던 손예진은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게 참 쉽지 않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빨리 정신 차리고 일어나라는 뜻인가 보다”며 의미심장한 소감을 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랫동안 여배우로 살아남기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짧은 수상소감에 모두 담아낸 것. 그만큼 일(연기)적인 면에서 열심히 달려온 그이기에 그때 수상소감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는 손예진. 끊임없는 자기 관리와 이미지 변신으로 진정한 프로다운 스타상(배우상)을 보여주는 그가 앞으로는 어떤 연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자못 기대가 크다.

아무리 망가져도 그저 웃는 배우, 예뻐보이기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배우,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당당한 2030 여성들을 대변하는 배우가 손예진이 아닐까 한다. 한 마디로 그는 ‘진지한 배우’다.

Tip!  ‘건어물녀’ 란?  직장에서는 매우 세련되고 능력 있는 여성이지만 일이 끝나면 미팅이나 데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 와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머리를 대충 묶고 맥주와 오징어 등 건어물을 즐겨 먹는 여성을 지칭.(출처=네이버 오픈사전)

현화영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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