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최신 개봉작들

요즘에는 서둘러 극장을 빠져나오다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질이 급하기로 소문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화의 본 내용이 다 끝나고 크래딧이 올라갈 무렵, 주섬주섬 옷과 소지품을 챙기고 암전 상태에서 밖으로 나가기 일쑤. 하지만 요즘 영화들은 크래딧이 올라갈 때나 다 올라간 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보너스 장면들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아 당혹을 금치 못하게 한다. 

특히 최근 개봉작 중에는 ‘엔딩 크래딧이 명품’인 영화가 많아 눈길을 끈다. 이색적인 엔딩 크래딧을 꼽자면 요즘 최고의 화제작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8개 부문 석권에 빛나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주제곡 ‘Jai Ho’에 맞춰 전 출연진이 신나게 춤을 추며 노래하는 하나의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엔딩 크래딧을 선보인다. 어쩌면 이는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인도 영화산업에 대한 대니 보일 감독의 오마주일런지도 모른다.

미키 루크의 귀환을 알리는 영화 '더 레슬러' 역시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향수어린 노래와 함께 엔딩 크래딧을 올린다. 80년대 동시상영관에서 미키 루크의 '나인 하프 위크'를 봤던 세대들에겐 특별한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엔딩이라 할 수 있다. 이 엔딩 크래딧은 “관객들로 하여금 신나는 노래에 맞춰 헤드뱅잉이라도 하고픈 욕구에 사로잡히게 한다”고 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단지 유령일 뿐'은 저마다의 이유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여행’이란 소재를 통해 삶과 사랑에 관해 진지하게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건 ‘엔딩장면’이 아닐까 한다. ‘Lost And Found’라는 아름다운 선율의 OST가 흐르는 가운데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뒷모습을 롱테이크로 잡은 영상과 함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간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듯 서정적이며 독특한 엔딩 크래딧은 관객들로 하여금 긴 여운으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는 엔딩 크래딧이 다 올라가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엔딩 크래딧까지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영화야말로 진정한 명작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제 영화 산업 전체를 통틀어 엔딩 크래딧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 돼 버렸다.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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