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기분 좋은 아침 맞이했나요?”

아침 7시.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깬다. 전자동 센서라도 부착된 듯, 자연스레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는다. 머릿속은 아직 멍하다. 아쉬움. 달콤했던 지난 밤 꿈에 대한 아쉬움.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는 구나. 대충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 참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다. 특히 오전 8시의 서울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팝콘이 터져 나올듯한 지하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어제 다 정리 못하고 온 서류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MP3를 튼다.

♪ My Friend~ 안녕히 계셨어요. 오늘도 기분 좋은 아침 맞이했나요~♪

아일랜드시티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도시 안의 섬.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의 일상. 그 안에서 ‘섬’과 같은 잠깐의 여유를 꿈꾼다. 짧은 휴식. 아일랜드시티가 추구하는 음악이다.

아일랜드시티는 보컬 이보령(26),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정연수(27), 베이시스트 서아름(26), 드러머 엄상민(26)으로 이루어진 모던락 밴드다. 여자 셋에 남자 하나. 조금은 독특한 성비율의 이 밴드는 주로 홍대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유명한 신촌 라이브클럽 ‘롤링스톤즈’와의 인연으로 2004년도부터 꼬박꼬박 월 2회 공연을 하고 있고, EP앨범이 나왔던 2006년에는 홍대 롤링홀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가지기도 했다.

얼마 전 1년 6개월 만에 발매한 디지털 싱글 앨범 [칠리소스]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일랜드시티는 현재 KBS-2TV <뮤직뱅크>나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방송활동을 병행하며 크고 작은 락 페스티벌이나 대학 축제 무대 등을 통해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관객과 하나 되고 소통하는 공연이 최고라고 말하는 아일랜드시티. 그들이 JTN에서 준비한 ‘보물찾기 콘서트’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오는 8월 24일 압구정 클럽 ‘예홀’에서 있을 공연에 앞서 아일랜드시티를 JTN 기자가 만나봤다.


“하와이는 아니에요. 여의도지...”

인터뷰에 나타난 그들은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분홍색 원색 의상에 펑키한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톡톡 튀는 밴드 이미지 그 자체였던 그들은 평소에는 수수하고 앳된 모습이었다. '동안'이라는 기자의 인사에 멤버들은 자신들의 나이가 벌써 이십대 중반을 넘겼다며 혀를 내두른다.

간략한 밴드 소개를 부탁하자 보컬을 담당하는 이보령은 ‘좋은 음악, 진실이 느껴지는 락을 하는 멋진 밴드’라고 소개한다. 처음에는 ‘도시 안의 섬’이라는 밴드 이름 때문에 휴양지 분위기가 나는 보사노바 풍의 음악을 떠올렸던 게 사실. 그런데 아일랜드시티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강한 모던락을 주 종목으로 한단다. 이에 대해 이보령은 “거친 사운드의 락을 추구하려는 건 아니다. ‘락’적인 거친 요소와 ‘보사노바’ 같은 경쾌한 느낌을 합쳐 놓은 듯한 음악을 하고 싶다.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강함 속에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밴드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고 설명한다.

기타리스트 정연수는 “섬이라고 해서 우리 음악이 ‘하와이’는 아닌 것 같다. 말 그대로 도시 안의 섬,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추구하기 때문에 대중과 가까운 음악을 하고 싶다. 이를테면 여의도 같은 느낌이랄까?”라며 웃음 짓는다.


“더 말랑 말랑해져야죠”

2006년 EP앨범 [Love Story], 2008년 싱글앨범 [칠리소스]를 발매한 아일랜드시티는 이미 온·오프라인 상에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밴드라 할 수 있다. 올 연말 발매할 예정인 1집 앨범에서는 거친 락 사운드를 과감히 버리고 부드러운 멜로디와 대중적인 사운드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저는 얼마 전부터 퍼커션을 배우고 있어요! 굳이 세트 드럼이 아닌 다양한 타악기를 가지고 아일랜드시티만의 말랑 말랑한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엄상민)

“힘을 조금 빼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음악?!” (서아름)

“강렬하고 거친 느낌 음악 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운 느낌의 음악을 하고 싶죠.”(이보령)

“정규 1집 앨범이니 만큼 딱 들었을 때 ‘아~ 이게 아일랜드 시티의 음악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정연수)


“우리는 수다가 곧 취미!”

1남 3녀의 독특한 밴드구성은 이보령과 서아름의 고등학교 시절에서 비롯됐다. 고등학교 스쿨밴드에서 함께 활동한 이들은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면서 만난 엄상민과 밴드를 조직했다. 그리고 기타리스트를 모집하던 중 모 음악 사이트를 통해 정연수를 멤버로 받아들이게 됐다. 여자 세 명에 남자 한 명이라 외로울 법도 한데 정연수는 리더이자 듬직한 오빠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함께 모이면 주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낼 정도로 네 사람은 가족 같은 사이다. 술을 마시며 친해지는 밴드들도 많지만 아일랜드시티는 모든 멤버들이 술 담배를 꺼려해 수다 떨기, 보드게임 등으로 친목을 도모한다.

특히 드러머 엄상민은 피규어 인형 모으기가 취미다. 덕분에 밴드 연습실에는 갖가지 인형들이 가득하다고. 다른 밴드 멤버들이 아일랜드시티의 연습실을 보고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란다. 이보령은 “어쩌면 이렇게 건전한 취미생활(?)이 아일랜드시티 만의 정직한 느낌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신해철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아일랜드시티는 마왕 신해철과도 인연이 깊다. 때는 2006년, 엄상민은 전화 한 통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바로 존경해 마지않는 신해철로부터 친히 걸려온 전화였던 것. 사연인즉슨 이랬다. 서아름은 당시 신해철이 주축이 된 싸이월드 인디밴드 모임인 ‘전밴련(전국 밴드 연합)’에 가입, 아일랜드시티의 노래를 이 사이트에 공개했다.

그들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던지 신해철은 직접 서아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서아름은 당시 전화번호를 바꾼 터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신해철은 엄상민과 연락이 닿았고, 아일랜드시티는 신인밴드임에도 당당히 MBC라디오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에 출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를 회고하는 아일랜드시티 네 멤버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인디밴드가, 게다가 신인밴드가 메이저 방송 라디오 음악 프로에 나가 거의 한 시간 동안 자신들의 음악과 생각,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는 결코 흔치 않다. 신해철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일랜드시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아일랜드시티의 첫 번째 EP앨범 수록곡인 ‘난 유쾌한 당신의 공주를 꿈꾼다’는 <고스트네이션> 차트에서 3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서아름은 “당시 음악 하는 분들이 질투를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신해철 선배님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던 건 사실이다.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며 감회를 밝혔다.


“바닷가 휴양지보다 더 시원한 공연 보여드릴게요!”

“즐기면서 오래가는 밴드가 됐으면 좋겠다”는 보컬 이보령의 바람처럼 아일랜드시티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음악을 전하길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8월 24일 열리는 ‘보물찾기 콘서트’는 그들이 더욱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1회 보물찾기 콘서트는 말 그대로 숨겨진 뮤직 아티스트들을 발굴, 그들과 관객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장이다. 아일랜드시티는 이날 한 시간 반 공연에서 그동안 클럽에서는 다 보여주지 못했던 그들의 모든 끼를 발산할 예정이다.

“무대가 더 커지고 달라지는 만큼 기대를 많이 할게요”, “공연하는 우리도 관객들도 모두 미쳐서 갔으면 좋겠어요”, “무대에서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연에 대한 각오를 묻는 질문에 멤버들이 각자 답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리더인 정연수가 갑자기 한 마디만 더하겠다며 기자를 찾는다.

“‘바닷가 휴양지보다 더 시원한 느낌의 공연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한 마디만 더 넣어주세요!”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엄상민이 “그래도 바다가 더 좋다면?”하고 일침을 가하자, 정연수가 재치 있게 응답한다.

“저희 공연은 햇볕에 탈 일이 없어요~ 꼭 한 번 와서 봐주세요. 네?”

아일랜드시티의 보물찾기 콘서트는 여름에 떠나는 바캉스 보다 더 시원하고 짜릿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8월 24일 5시, 압구정 예홀에서 펼쳐질 그들의 무대, 그들의 도약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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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뮤직커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