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논쟁'의 배우들. 임영준(왼쪽),윤채연,이은주,최규화. ⓒJTN뉴스 [사진=유승관 기자]

[JTN뉴스 윤보라 기자] 배우들의 파격적인 전라 연기로 지난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연극 '논쟁'이 2010년 더욱 뜨거운 무대로 돌아왔다.

프랑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작가 마리보(P.Marivaux)의 작품 'La Dispute'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09년 국내 초연 2개월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하며, 앵콜 공연 역시 하루 만에 전회 매진을 기록하는 등 공연계의 이슈가 됐던 작품이다.

물론 작품성보다는 주연 배우들의 전라 연기에 대한 논란으로 화제가 된 건 사실이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사랑과 욕망의 본질에 대한 솔직한 해답을 제시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은 연극 '논쟁'.

이 작품이 대중들의 뜨거운 호기심 만큼이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건 작품성과 예술성을 보다 더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알몸으로 무대에 선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

전라 연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을테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더욱 성숙한 연기를 선보이는 이들은 호기심으로 공연을 관람하러 온 관객들에게 온몸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8일 서울 충무아트홀 블랙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논쟁' 무대에 오른 '나' 역의 배우 윤채연, '누' 임영준, '너' 이은주, '우' 최규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 속에 무대에서 내려온 네 명의 주연배우들을 만나 연극 '논쟁'과 전라 연기에 대한 부담, 남녀의 이성에 대한 심리와 욕망, 사랑 등에 관해 물었다.

△ 8일 공연이 끝난 후 진행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배우들. ⓒJTN뉴스 [사진=유승관 기자]

▲ 최규화: 지난해에는 배우들이 놀랄 정도로 굉장히 이슈가 됐던 것이 사실이예요. 2차 공연때는 오픈하자마자 매진이 되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죠. 노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평소 공연을 즐기는 분들 뿐만 아니라 연극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풀어나가는데 오래 걸렸죠.

-올해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윤채연: 지난해에는 호기심으로 오는 남성관객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고, 관객들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배우들이 무대에서 느낄 수 있었을 정도였죠. 그런데 올해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되었기 때문인지 지난해와는 좀 달라요. 작품성과 예술성에 대한 좋은 평들이 많아서인지 관객들의 기대감이 배우들의 노출에만 집중돼 있지만은 않은 것 같고,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하러 오시는 관객들이 많아요.

▲ 이은주: 초연때는 작품의 내용보다 노출에 관심을 갖고 오신 관객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고, 그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예요. 올해는 작품에서 실험이라는 부분이 좀 더 강화되었는데, 관객분들이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편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 배우 최규화. ⓒJTN뉴스 [사진=유승관 기자]

▲ 최규화: 이 작품에 노출이 필요하다는 것은 배우들이 모두 동의를 했지만,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죠. 그러나 알몸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퀄리티가 만들어진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임형택 감독님을 신뢰했고, 공연 직전 이 정도의 작품이라면 벗어도 부끄럽지 않다고 느꼈어요. 공연이 시작된 후에는 관객들에게서 더욱 용기를 얻고 힘을 얻었어요.

-노출에 대해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 최규화: 처음엔 당황했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누드 의상을 입은 것 같았다는 반응이 많아요. 배우들의 노출이 신경쓰이기 보다 작품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을 얻었어요. 물론 아직도 부담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없어졌습니다.

△ 배우 윤채연. ⓒJTN뉴스 [사진=유승관 기자]

▲ 임영준: 전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처를 두려워하진 않아요. 언젠간 상처를 받을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두려워한다면 사랑을 시작할 수도 없겠죠.

▲ 최규화: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에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구절이 있잖아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사실 사랑이 두렵기도 해요. 영원한 사랑이 존재할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지만 언젠가 누군가를 만나 용기를 얻어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이은주: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두렵기도 하고...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더 솔직하게, 더 대담하게 사랑을 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극중에서 '나'(윤채연 분)는 새로운 사람에 대한 매력에 이끌려 변심한다. 또 '누'와 '우'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한다. 실제로는 어떤가.

▲ 윤채연: 실제로 저는 한 사람과 깊은 사랑을 나누고 싶어해요. 이 작품을 처음 시작할때 실제로 '변심'에 대한 아픔을 겪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의 변심도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점점 '나'에게 빠져들면서 '나'의 마음이 솔직한 감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당시 받았던 사랑의 상처가 치유되기도 했어요. 여전히 실제 제 모습과는 다르지만...

▲ 이은주: 누구나 사실 마음속으로는 다른 사람의 매력에 빠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변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물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긴 하겠지만요.

△ 배우 이은주. ⓒJTN뉴스 [사진=유승관 기자]

▲ 이은주: 두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또는 한 사람을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길 것 같기도 해요. 그 두 마음이 섞일 것 같은데, 일단 그런 상황이 생겨봐야 알겠죠. 잘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평화(?)를 위해 한 사람을 선택할 것 같아요.(웃음)

-극단 서울공장은 신체언어 위주의 연기훈련을 한다고 하는데.

▲ 최규화: 훈련으로 요가를 하기도 하고, 배우의 신체 감수성을 깨우는 훈련을 합니다. 몸을 자유롭게 많이 쓰고 몸과 마음을 열어주는 훈련을 하는데, 워낙 체력소모가 많다보니 다이어트가 필요없을 정도예요.

△ 배우 임영준. ⓒJTN뉴스 [사진=유승관 기자]

▲ 윤채연: 처음엔 호기심으로 오셨어도 공연을 보면서 작품의 내용을 보시고, 우리가 그리려던 본질을 느끼신다면 배우로서 가장 보람있을 것 같아요. 잃어버린 원시성, 순수성에 대해 찾으신다면 좋겠어요.

▲ 이은주: 관객들이 아주 단순하게는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솔직하게 살았는가, 무언가를 감추고 살지는 않았는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고 해도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 최규화: 극중에서 날것의 모습으로 사랑했던 이들이 점차 사회에 편입된 모습(의상을 입은 모습)을 보이면서 변심하잖아요. 이 작품을 보면서 본질적인 사랑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해요.

▲ 임영준: 극중 무대 위에서 신나서 뛰는 장면이 있는데, 어렸을때 알몸으로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던 순수했던 시절이 생각나서 너무 행복해요. 우리가 일상과 현실에서는 옷을 벗고 뛰어다닐 수는 없겠지만, 관객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마음의 옷을 벗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윤보라 bora@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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