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뮤지컬 '빨래',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서 공연중

[JTN뉴스 윤하나 객원기자] 직업의 특성상 남들 보다야 공연을 접할 기회도 많고, 일명 잘 팔리는 공연이나 재미가 있는 공연들의 정보도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정보가 많다보면 자연히 같이 흘러 들어오는 허위 정보에 속거나, 그 덕분에 귀한 시간을 버려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이제까지 뮤지컬 '빨래'를 볼 수 있는 초대권이나 선물로 들어온 티켓들을 손에 쥘 때마다 지인들에게 양보하며 공연장을 찾지 않기도.

사실 뮤지컬 '빨래' 앞에 붙어있는'힐링 뮤지컬' 이란 타이틀은 이제까지 나를 참 많이 속였던 다른 공연들 앞에도 붙어있는 카피 였으니까.

물론 '힐링' 이라는 것이 명상과 인내를 통해 이루어 질 수도 있겠지만 또 다시 공연장에서 혼자만의 명상의 시간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공연장을 내 돈내며 찾아가게 만든 것은 이제 갓 회사에 들어와 한창 힘든 신입직원의 추천사 였다.

그녀는 작년에도 또 그 전에도 이미 빨래를 보았다고 했다. 일년에 한 번 정도 정말 남아있는 에너지가 없어서 자신을 위한 충전이 필요할때, 원없이 울고 웃다가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을때,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지 본인에게 의문이 들때 빨래를 보러간다고 했다.

누군가와 같이 가는것도 아닌 정말 본인만의 힐링을 위해 티켓 한장을 구매하는 그녀를 보고 나도 용기를 내어 한장을 같이 샀다.

'빨래'는 서울이 고향이 아닌 사람들이 서울 달동네 월세집에서 만나 보여주는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이다.

27살에 비정규직으로 이사만 5번 다닌 나영은 또 다시 헌책 같은 버리지도 못하는 자신의 별것없는 짐들을 끌고 이사를 한다.

이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한 불법 체류자 솔롱고와 전기세 나올까봐 추운 날씨에도 전기장판 조차 못켜게 하는 억척같은 주인 할매, 월세가 밀려 주인할매를 피해 다니는 팔자 사나운 나영의 옆방 희정엄마 등 사연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게 두시간 반을 채운다.

'빨래'가 사람들에게 제목만이 아닌 힐링의 기회를 제공 해 주는 가장 큰 요인은 감정의 표현으로 느끼게 되는 카타르시스와 거품없는 대사에서 묻어나는 인간미 라고 보여진다.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좌석 가득히 울리는 관객들의 웃음소리와 흘쩍이는 소리에 같이 어우러져 대학로 공연치고 긴 시간인 두시간 반의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큰 소리로 웃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고,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게 창피해져 버린 어른들이 남의 눈치 볼 필요없이 마음껏 감정을 보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또한 2003년 작이 만들어질 당시 대학생들의 졸업 작품이었던 공연인 만큼 너무 멋을 부리거나 욕심을 부려 허황되게 만들어 놓은 부분이 없다.

불치병으로 헤어지는 연인이나, 뒤늦게 알게되는 비극적인 비밀이 없어도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드냐는 여주인공의 노래처럼 극 중 울려퍼지는 넘버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담백하고 친숙한 내용들은 바로 내 이야기, 혹은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인간적인 이야기가 된다.

가진게 없어도 사랑을 하고, 힘이 없어도 정의를 꿈꾸고, 내일 하루가 막막해도 웃으며 사는 우리네 이야기로 뮤지컬 '빨래'는 분명 추운 겨울 당신의 먼지묻은 가슴을 깨끗하게 빨아 햇살에 말려줄 것이다.

감히 힐링 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모자라지 않았던 만족스러운 작품. 뮤지컬 '빨래'는 현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JTN 윤하나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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