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연극 ‘사춘기메들리’는 인기리에 연재됐던 동명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시골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춘기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을 그리는 이 작품은 이미 2013년 여름에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그 해 8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야기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전학을 밥 먹듯이 하던 ‘정우’는 새로이 ‘남일군’으로 이사온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부모님으로부터 또 이사를 가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원래 ‘정우’는 오랜 전학 경험 때문에 터득한 나름의 노하우에 따라 별 존재감 없이 소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어차피 다음날 이사 갈 생각을 하자, ‘정우’는 전에 없던 자신감과 용기로 학교 짱 ‘역호’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얄미웠던 반장 ‘아영’에게 고백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전국노래자랑 남일군 편에 학교 대표로 나가겠다고 손을 번쩍 들며 자신만만해 한다. 그렇게 일만 잔뜩 벌려 놓고 수습하긴커녕 전학을 가 버리려는 사악한 ‘정우’의 꿈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정우야. 너 전학 안 가도 된다.” 라는 아버지의 눈치 없는 말 한 마디에 완벽하게 좌절되어 버리고 만다. 잔뜩 벌려놓은 일들 때문에 전학이 너무 가고 싶은 소심한 정우의 좌충우돌 흥미진진한 학교 생활은 그렇게 시작된다.

연극 ‘사춘기메들리’는 로맨틱코미디나 스릴러 일색인 요즘의 대학로 연극 중에는 드물게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한 학원물로, 어떤 특정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작품의 힘만으로 따뜻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전반적인 순수 코드는 10대부터 40~50대까지, 커플 뿐 아니라 가족단위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첫사랑’의 향수와 풋풋하고 순수했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지금 한창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춘기 학생들에게는 따뜻한 웃음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작품이다.

만화적으로 다소 과장된 장면들이 때로는 보는 이에게 민망함을 자아낼 때도 있지만, 순정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 나온 듯한 때묻지 않고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이를 연기하는 젊은 배우들의 열정이 서서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와 더불어 기발하고 재미있는 소품과 무대장치 등 귀엽고 아기자기한 연출은 관객들의 얼굴에 시종일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특히 공연 중간중간 사용된 배경음악들은 작품의 무대가 되는 시골 전원풍경의 푸르른 이미지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나 ‘잊혀지는 것’, ‘그랬나봐’같은 추억의 어쿠스틱 음악들이 이따금 봄비처럼 촉촉하게 관객들의 가슴을 적셔주고, 과거의 향수에 잠시 동안이나마 빠져들게 만든다.

이 연극은 몇 가지 에피소드를 축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이 변해가듯 ‘정우’와 ‘아영’, 그리고 그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밝고 희망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해프닝으로 시작된 ‘정우’와 ‘아영’의 연애는 뒤이어 첫사랑의 가슴 설레는 두근거림과 첫 키스의 추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덧 갑작스레 찾아온 가슴 아픈 이별의 순간까지도. 이처럼 소나기처럼 짧지만, 바로 우리들 각자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했던 청춘의 페이지들을 공연 내내 거울처럼 만나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속 좁고 소극적이던 ‘정우’는 어느덧 사랑을 알게 되고, 친구를 위해 기꺼이 싸울 줄 아는 의리가 뭔지도 배운다. 또 가슴 아픈 이별을 통해 한층 성숙하며 그렇게 점차 어엿한 어른이 되어 간다.

또한 연극 사춘기메들리는 제목처럼 따뜻한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여러 노래들이 메들리처럼 관객들의 마음에 위안과 격려를 선사한다.

들으면 힘이 나는 노래를 듣고 싶다며 아영이 정우에게 불러주는 ‘요즘 너 말야’와 전국노래자랑에서 정우와 친구들이 힘껏 노래 하는 ‘하늘을 달리다’ 같은 노래들이 그렇다.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직접 듣는 기타 선율과 노래들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순수한 감동과 따뜻한 위안을 선사하게 될 그 순간이야말로 바로 연극 사춘기메들리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소중했던 그 시기가 지나고 몇 년이 지난 어느 겨울 날,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어른이 되어 멋지게 재회하는 ‘정우’와 ‘아영’. 그들의 환하고 밝은 미소처럼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되리라고 어느덧 한아름 큰 희망과 위안을 얻어 간다.

지친 가슴을 힐링해 줄 시원한 봄비 같은 연극 ‘사춘기메들리’는 대학로 레몬아트홀에서 오픈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JTN 임귀연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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