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윤하나 객원기자]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011년 CJ Creative Minds 선정을 시작으로,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선정작으로 뽑히는 등 창작뮤지컬 최고의 기대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  그 기대에 부응하듯 2013년 1월~3월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올려진 공연은 창작초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와 짜임새 있는 드라마,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총 63회차 공연 중 90% 이상의 회차가 전석 매진되었고, 같은 해 국회대상 올해의 뮤지컬상을 수상하며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수확을 거뒀다.

이같은 팬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올린 2013년 5월~8월 앵콜공연은 유료관객 점유율 90％, 관객 평점 9.7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번 2014년판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기존의 공연장 보다 더 커진 중극장 으로 무대를 옮겨 더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충무아트홀 소극장 초연 공연 당시, 작은 무대에서 움직이는 사다리를 이용해 실험적인 무대를 표현하고, 이후 아트원씨어터 1관 앵콜공연에서는 좀 더 넓어진 무대로 여신님과 병사들의 공간, 그리고 총성이 빗발치는 전시 상황 및 평화로운 무인도라는 대립되는 공간의 조화로운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면 한층 더 진화한 이번 공연에서는 사실감 넘치는 무대와 함께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 관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심지어 올해 9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는 일본 세타가야 퍼블릭 씨어터에서의 공연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이 공연의 인기가 이젠 한국을 넘어 한류 콘텐츠로 도약할 준비 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토록 하나하나 공연의 잘난 점을 나열하자면 자랑거리가 끝이 없지만, 이 작품이 갖는 진정한 매력은 글로 적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극을 완벽하게 연기 해 내는 ‘합’이 잘 맞는 배우들의 살아있는 무대를 지켜 본 관객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공연장의 감동은 그 어떠한 수상경력이나 뛰어난 연출에 대한 설명으로도 표현하기가 어렵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배경은 한국전쟁이 한창인  6.25 시대다.

말 많고 잔머리 대장이지만 딸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남한 국군대위 한영범은 부하 신석구와 함께 인민군 4명을 포로수용소로 이송하는 특별 임무를 부여 받고 이송선에 오른다.

하지만 뜻 밖에 기상악화로 고장 나버린 이송선 때문에 모두들 무인도에 고립되고, 유일하게 배를 수리할 수 있는 북한 소년병 류순호는 전쟁후유증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장기간 고립으로 생존 본능만 남겨진 병사들이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입장이 바뀌어 이젠 북한군의 인질이 되어버린 영범은 특유의 잔 머리를 굴린다.

배를 고쳐 딸에게 돌아가기 위해 순호에게 가짜 여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며 환심을 산것.

이에 정신이상 증세로 도움이 되지 않던 순호는 여신님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는듯 정서적 안정감을 되찾으며 배를 수리해나가고, 이를 본 양측 군사들은  모두 각자의 소중한 사람에게 돌아가기 위해 순호의 여신님이 진짜인듯 연기를 한다.

함께 순호를 속인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운 군사들은 서로 도와가며 100일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이 들고, 원하지 않게 서로 총을 겨누게된 현실 앞에서 방황한다.

이 작품이 참 똑똑하다고 느꼈던 몇가지 중 하나는 그들을 전장의 군인으로 만들어 평범한 청년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바꾸어 놓은 시대적 배경의 특징이었다.

열강의 흐름속에 맞게된 원치않는 전쟁을 배경으로 싹트는 우정은 평화로운 시대에 그것보다 훨씬 값지고 순수하게 다가온다.

그들 또한 군복을 벗으면 같은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똑같은 사람이지만, 그들을 그렇게 바꾸어 놓았던 현실 앞에서 인간성은 약해지고 누군가는 목적도 없이 흐름에 휩쓸려간다.

또한 각자가 싸움을 멈추고 정신이상자에게 맞추어 연기를 하면서 까지 돌아가고자 했던 이유를 보여주는 여신들은 때로는 어머니로, 누이로, 사랑하는 여인으로 나타나 캐릭터의 간절함을 현실성있게 부각시킨다.

사람들은 가장 절망 적이거나 간절한 순간에 누구나 절대자를 찾는다. 현실적으로 어찌 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는 종교의 유무를 떠나 비단 신이 아니라도 매달릴 누군가를 원한다.

작품속의 그들의 여신들은 비극적인 시대덕에 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신과같은 비현실적인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살아있는 그들을 움직이게 해주는 애틋하고도 확실한 현실이다.

여기에 이번 공연에서 이 똑똑한 작품을 완벽하게 빛나게 해주는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작품이 표현하고하 하는 모든것을 제대로 보여준 무서운 연기력의 배우들 이었다.

혼자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다. 본인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뛰어난 연기자들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작품들도 꽤 많다.

하지만 이번 공연의 배우들의 연기가 무섭다고 감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모두의 동선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점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배우들의 '합'이었다.

이 작품엔 주인공이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훌륭한 조연이 되어준다.

서로를 더욱 완벽하게 이끌어 주는 그들의 연기는 잘짜여진 극과 음악과 만나 작품이 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힘들어하는 모두에게 위로가 되어 줄 작품. 지금 절망적인 것은 너의 탓도 아니고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참 괜찮은 따뜻한 공연.

각자 가슴속에 가지고 있는 여신들을 만날수 있는 곳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였다.

JTN 윤하나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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