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슴을 울린 한 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지난 6월 9일 월요일 용산구에 위치한 ‘프로젝트박스 시야’ 극장에서는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린 뮤지컬 ‘아가사’를 다룬 ‘크리에이티브 라운지’가 열렸다.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란 SK그룹에서 후원하는 우란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문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의 하나로서 창작진과 관객이 직접 만나 공연에 대한 생각과 느낌, 궁금증을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누며 소통하는 장이다.

또 그간,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공동경비구역JSA’, ‘구텐버그’, ’셜록홈즈2’ 등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창작 뮤지컬들의 창작과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며 많은 뮤지컬 매니아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온 바 있다.

최근 뮤지컬의 대중화와 더불어 일명 회전문 관객이라 불리는, 한 작품을 반복해서 볼 정도로 특정 뮤지컬 작품에 흠뻑 매료된 뮤지컬 팬들에게는 좋아하는 작품의 창작진과 배우들을 만나 함께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뭄에 단비처럼 고맙고 특별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날 크리에이티브라운지 프로그램에 선정된 뮤지컬 ‘아가사’는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제 실종 사건을 재구성한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로, 지난해 말 초연한 이래로 재연까지 연이은 호평을 받으며 많은 뮤지컬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뮤지컬 ‘아가사’를 탄생시킨 주역들인 김태형 연출가, 한지안 극작가, 허수현 작곡가와 더불어 타이틀 롤인 배해선 배우가 함께 초대되어 뮤지컬 ‘아가사’가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작품에 담긴 의미와 생각들에 대해 관객들과 터놓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고 완성도 있는 드라마와 극적이고 다채로운 넘버들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뮤지컬 ‘아가사’는 2012년 겨울, 추정화 배우의 적극적인 주도로 한데 모인 지금의 연출, 작가, 작곡가들이 아직 작품화되지 않은 아가사 크리스티를 소재로 스릴러, 추리극을 만들어보자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처음 시작됐다.

열띤 자료 조사 끝에 실제 11일 동안 실종됐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에 큰 흥미를 느낀 제작진이었으나, 정말 공연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는 당시에 그 누구도 감히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도저 같이 밀어붙이는 추정화 배우의 추진력에 힘입어 불과 한 달 여 만에 한지안 작가가 날 밤새며 완성한 대본 초고를 밑거름으로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제작진들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결국 김수로 프로듀서의 든든한 지원을 만나 본격적으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또한 작품이 뼈대를 갖추기 전 대본단계, 음악단계, 창작단계를 거치며 무려 11번이나 굵직굵직한 대본 수정을 거쳤으며, 음악과 안무도 기획 단계의 구상과는 달리 훨씬 많은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도록 더 풍성하고 드라마틱하게 변모하였다.

크리에이티브 라운지의 인상적인 점 중 하나는 그 자리에 초대된 제작진과 배우로부터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의 창작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대본을 맡은 한지안 작가에게서는 어디에서 작품의 중요한 영감을 얻어서 어떻게 흥미로운 드라마와 캐릭터를 개발했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면, 허수현 작곡가로부터는 넘겨받은 뮤지컬 대본을 토대로 캐릭터와 드라마를 고려해서 어떻게 구체적인 뮤지컬 넘버들을 만들 수 있었는지 그 세세한 과정이며, 작곡을 할 때, 작품의 전체를 고려하는 철학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출가로부터는 어떻게 무대 위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나갔으며, 또 작품의 방향과 의도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무대 위 주인공인 배우로부터는 ‘대본에는 어떤 것도 나와있지 않았어요”라는 양심 고백에서부터 세세한 안무나 움직임을 만들어가며, 어떻게 정서적인 흐름을 이어서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로 완성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창작의 고통들, 다른 제작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밤을 밥 먹듯 새가며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정해진 기한에 자신이 맡은 부분을 완성했던 프로다운 면모, 서로 믿고 의지하며 작품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던 끈끈한 팀워크에 대한 이야기들이 포장없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신선하고 드라마틱하게 이어졌다.

이후 연출가 조용신 씨의 사회로 관객들의 작품에 대한 질의와 초대 게스트들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는데, 뮤지컬 매니아들이 모인 자리에 걸맞게 작품에 대한 높은 안목을 토대로 한 예리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은 초연과 재연을 했던 극장의 현격한 규모 차이로 공연이 약간 수정된 데 대한 질문이었다. 비교적 큰 규모였던 동국대 이해랑 극장에서 사이즈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대명DCF 2극장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벌어졌던 해프닝과 그 해법으로 어떤 수정을 거쳤는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 느꼈던 충격을 회상하며 곱씹는 작곡가와 연출의 대답에 좌중은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끝으로 배해선 배우가 부른 ‘꿈 속으로’ 뮤지컬 넘버를 끝으로 뮤지컬 아가사의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제작진들의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팬들의 따뜻한 응원처럼 내년이나 내후년 좀 더 큰 무대에서 새롭게 만나볼 뮤지컬 ‘아가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JTN 임귀연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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