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마술사와 엉뚱한 심령술사의 마법 같은 로맨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마술쇼

[JTN뉴스 서영희 객원기자] '매치 포인트',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미드 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를 통해 런던, 바르셀로나, 파리, 로마 등 유럽의 도시를 배경으로 특유의 감각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우디 앨런 감독이 이번에는 1920년대 남부 프랑스를 배경으로 마법 같은 로맨스를 그린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눈부신 자연과 재즈 음악을 가득 담은 로맨틱 멜로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사랑에 관해 지극히 상반된 가치관을 지닌 두 남녀의 유쾌하고 낭만적인 로맨스를 담은 작품으로 사실 줄거리만 조금 읽어도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흥미를 끄는 건 두 남녀가 가진 이색적인 직업과 상반되는 캐릭터.

영국인 스탠리(콜린 퍼스 분)는 ‘웨이링수’라는 이름의 중국인 분장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화려한 마술로 관객들을 현혹시키는 최고의 스타 마술사다. 사람을 속이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는 지독히 이성적이고 과학을 신봉한다.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하자면 “신경증적 인격 장애로 죽음의 필연성에 집착하고 모든 걸 일에 쏟아 붓는 우울증 환자이며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불행한 사람”이다. 그가 신뢰하는 건 오로지 본인의 이성적 판단 뿐, 인생에 비관적이고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다.

어느 날,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마술사 하워드(사이먼 맥버니 분)로부터 영혼과 소통하는 능력을 지닌 미모의 심령술사 소피(엠마 스톤 분)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카트리지 가문의 상속자 브라이스(해미쉬 링클레이터 분)가 죽은 아버지의 영혼을 불러내 강령회를 펼치는 소피의 심령술을 맹신하며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녀가 가짜임을 증명해내겠다고 자신하며 사업가로 위장해 남부 프랑스로 향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피가 그의 가족에 얽힌 비밀까지 모두 알아 맞추자 당황하기 시작한다. 오직논리로 설명 가능한 이성만을 믿는 스탠리는 그녀의 심령술을 보고 혼란에 빠지고 설상가상 그녀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빠져들지만 의심을 멈추지는 않는다.

그래도 자신이 틀리기를 바란다는 스탠리의 대사 속에서 자신의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사고를 바꿔줄 무언가를 바라는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스탠리가 "삶은 추하고 잔혹하고 짧다"고 믿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인 반면 소피는 "세상에는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스탠리는 소피를 통해 점점 변하기 시작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두 사람이 점차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웨이링수의 마술쇼를 통해 사랑은 미스터리한 마법과도 같다는 메세지를 복선으로 깔고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간다. “삶에는 환상이 필요하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추하고 잔혹하고 짦은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환상이며, 그 과정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마법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화려한 특수효과 없이 꾸밈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정직하게 담아낸 화면과 풍부한 재즈 음악을 함께 접하다 보면 낭만이 절로 느껴진다. 1920년대 유럽의 모습을 재현한 의상과 소품을 즐기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특히 두 주연 배우 엠마 스톤과 콜린 퍼스의 나이차이가 무려 서른 살이나 난다지만 의외로 잘 어울린다. 까칠하고 무뚝뚝하지만 다정다감함을 슬며시 드러내는 콜린 퍼스, 그리고 능청스러우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엠마 스톤의 연기 호흡은 관객들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오직 원리 원칙과 이성만이 진리였던 남자가 감성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롭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동료 마술사의 반전은 마치 관객들에게 이미 들켜버린 마술쇼처럼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사랑도 점점 단조롭고 상투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결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는 종종 마술을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하고 어떻게 속이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알면서도 속아주고 굳이 알아내려고 할 것 없이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서 마술은 사랑과 흡사하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이런 마술과 심령술을 소재로 삼아 사랑을 논리와 이성으로 풀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록 주제가 새롭지도 않고 우디 앨런 감독의 전작에 비해 평범하고 뻔하기까지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러브스토리임에는 분명하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매년 색다른 작품을 선보이는 우디 앨런 감독이 내년에는 또 어떤 영화로 관객들을 만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JTN 서영희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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