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지만 뜨거운 감동을 주는 작품...100만 관객 돌파

[JTN뉴스 김현진 객원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요'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워낭소리' 이후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을 담았다.

늙은 노부부의 삶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영화에 흔히 사용하는 극적인 장치는 없었지만 다른 영화에서는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인생의 애환과 감동이 녹아 있었다.

89세,98세의 노부부는 어린아이처럼 낙엽싸움, 눈싸움을 하기도 했고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로맨틱한 모습을 보는 관객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노부부가 서로를 변함없이 위해주는 모습은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빛나 보인다.
하지만 그 행복을 가르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고, 밤새 기침하는 할아버지를 간호하다 잠이 든 할머니의 얼굴을 쓸어내는 할아버지의 손길은 애틋하다.

부부관계는 다른 어떠한 사람관계보다 특별한 인연이 느껴진다. 그들만의 역사가 있기 때문인데, 이들 노부부에게도 아픈 시간들은 있었다.

12명의 자식 중 6명을 잃었다. 그 잃은 자식들을 위한 내복을 사서 손으로 쓸어보며 살아생전에 내복 한번 제대로 입히지 못하고 보냈던 기억들이 가시가 되어 여전히 노부부의 가슴을 찌른다.

"먼저 가는 사람이 아이들한테 내복 전해줍시다."라는 할머니의 말에,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느껴져 관객들은 모두 미어지는 마음을 삼키며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철 지난 옷을 태워드리며, "입던 옷을 불에 태워줘야 입는대요. 지금은 평소에 입던 옷만 태우고 돌아가시면 깨끗한 것들 태워드리려고 한꺼번에 태워드리면 무거워서 어떡하오" 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아버지의 기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길어졌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점차 말라갔고 또 쇠약해지셨다. 이젠 할머니와 눈싸움, 낙엽싸움을 하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없었다.

점점 약해지는 할아버지의 모습 앞에, 이별을 준비하는 그 누구도 담담하지 못했다.

힘 없이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는 아들, 딸들은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언제나 든든하고 강한 존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어깨가 작아 보이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바로 자식들이 철이 드는 순간이다.

그리고 보통 그 순간은 늦게, 너무나 가슴 아프게 찾아온다.

아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잘하겠습니다'라며 우는 아들을 아버지는 등 한 번 토닥여 줄 힘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아들, 딸들. 또 아내는 그저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었다.

병원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보며, 할머니의 바람은 석 달만 같이 살다가 함께 떠나는 것. 76년을 함께 살아온 반려자를 떠나 보낸다는 건 그만큼이나 두려운 일이었다.

14살 어린 소녀가 처음 시집을 와서 90살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함께한 사람을 보내고 혼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외로움과의 싸움일 터.

하지만 할머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먼저 떠난 할아버지의 남은 옷가지를 태우며 할머니는 자리에 주저 앉아 울었다.

할미새가 구슬프게 울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작품, 잔잔하지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요'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JTN 김현진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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