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권선혜 기자] ‘황금물고기’ ‘사막’ 등으로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1·프랑스)의 초기 대표작 ‘홍수’(문학동네 펴냄)가 처음으로 완역돼 출간됐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기도 한 클레지오는 그동안 대표작들을 통해 단순하고 함축적이며 음악적 리듬이 깃든 시적 언어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1966년 발간된 ‘홍수’는 이런 작품과 궤를 달리하는 초기작이다. 현대 도시문명에 대한 저주와 함께 묘한 감정을 시적인 문장으로 펼쳐냈다.

‘홍수'에서는 한 사립학교의 교사라는 정보 외에는 알려지지 않은 프랑수아 베송이라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안나라는 여자가 자살을 암시한 내용을 담아 보낸 녹음테이프를 들은 베송은 다음날부터 도시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책은 베송이 12일 동안 투쟁하고 방황하며 파멸에 이르는 여정을 담았다.

하지만 이 책은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맥락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중심 이야기를 앞뒤에서 감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장중한 상상력이 어우러진 산문시 형태로 이뤄졌다.

내용이 까다로운 탓에 1996년 발간 직후 국내에 소개될 때는 프롤로그가 번역되지 않았지만 2000년대 초 전반부만 번역돼 ‘상권’으로 소개됐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사물과 인간 존재의 대립 등에 대한 해석에 매달려온 클레지오의 문학을 깊게 이해하려는 독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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