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밀번호는 gr8199다. 웹사이트에서 처음으로 문자와 숫자를 섞어 6~12자리의 조합을 만들도록 정한 이래 10년 넘게 사용해 왔다. 당시 우리 가족은 유명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를 응원하는 맞춤 번호판 ‘the Great One, No. 99(위대한 선수 99번)’을 자동차에 달까 궁리 중이었는데 그것 말고는 다른 문자조합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gr8199라는 비밀번호를 만들었다. 여러 해에 걸쳐 비밀번호의 조건이 진화할 동안 9를 몇 개 덧붙이고 의문부호를 추가하고 또 다른 비밀번호(정신 나간 짓이지만 내 사회보장번호였다)와 뒤섞었다.

지난주까지 나는 gr8199와 그것을 약간 변형한 비밀번호들로 노트북, e-메일, 스크래블(단어 게임), 은행계좌, 블로그, 회사 PC, 건강보험, 페이스북, 스카이프(인터넷 전화), 스냅피시(온라인 사진 서비스), 훌루(동영상 사이트), 소득세 신고 계정, 그리고 그밖에 인터넷상의 최소 39개 사이트에 접속했다.

내가 여기서 비밀번호를 공개하는 이유는 앞으로 바꿀 생각이기 때문이다. 공개하기 때문에 바꿔야 하기도 하고. 내 비밀번호 체계는 엉망이다. 장담컨대 여러분도 다를 바 없다. 일반적인 웹 이용자라면(요즘 하루 종일 브라우저에 접속한 채로 지내지 않는 사무직 근로자가 있나?) 평균적으로 6.5개의 비밀번호를 보유하며 하나의 비밀번호로 4개의 사이트에 접속하며 하루에 비밀번호를 8번 입력한다.

아마 직장 인트라넷 비밀번호는 90일마다 새로이 변경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그간 어느 시점엔가 필경 포스트잇 메모장에 비밀번호를 쓰거나 자신에게 e-메일로 보냈거나 그 밖에도 그렇게 많은 복잡한 문자조합을 기억하기가 어려워서 적당히 보안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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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