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꽃 은 사랑을 속삭이고, 사랑하는 마음 을 표현하기 위해 연인 에게 선물한다. 가지각색의 색과 향을 내는 꽃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 꽃잎을 말려 특유의 꽃내음을 음미하며 차로 마시기도 한다. 그런 꽃으로 요리 를 하는 남자 박상호씨(35)를 만났다.

“잘하는 분홍 꽃 요리가 있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쓰러지죠”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의 모습에서 낙천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기 보다는 먹여주시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둘 다겠지요. 꽃을 준다면 먹을 수도 있는 꽃 일 테니”라는 말로 또 한번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들꽃의 아버지

일반적으로 얼그레이 나 카모마일 등의 허브는 찻집이나 까페에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박씨는 외국산 꽃 대신 순수하게 우리 산과 들에서 나는 야생화 로만 차를 만든다. 게다가 직접 재배해 말린 다음 차로 우러내는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들꽃 을 농장에서 키우기 위해 박씨는 많은 공부를 해왔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 대학원 5년, 다하면 20년 정도 공부했는데, 앞으로 더 공부할 생각이에요. 공부하면 할수록 세상에는 궁금한 게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작은 여행 중에도 그의 가방 속에는 화훼사전 과 화훼도감 등이 ‘동행’한다. 함께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던 도중 “여기에 있는 꽃이 칡꽃 이에요, 먹어도 되는 것이니 한번 드셔보세요”라고 난데없이 권할 정도로 그의 입에서는 쉴 새 없이 도처에 피어 있는 꽃의 이름과 특징, 효능이 튀어나온다.


보고, 맛보고, 만지고

“들꽃은 '아!'하는 호기심에서 관심을 갖게 되지만, 잠시 후 점차 기억 속에서 살며시 사라지는 존재가 아닐까요?” 박씨가 말하는 들꽃의 정의다.

사람들은 꽃을 볼 때 시각적으로 꽃을 보고, 코로 꽃의 향 을 맡은 후 감상을 끝난다. 들꽃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또 빨리 사라지는 이유다.

하지만 박씨는 먼저 꽃을 눈 으로 보고, 꽃의 소리 를 귀로 듣는다. 이어서 꽃에게 다가가 손 으로 만져보고, 코로 냄새 를 맡아보며, 입으로 맛 을 봐야 꽃에 대한 감상을 끝낸다. 기억 속에 살며시 사라져 가는 들꽃을 잊지 않기 위해 박 씨는 들꽃을 '오감' 으로 느낀다.


꽃이 음식이 되기까지

꽃에도 신맛 , 단맛 , 쓴맛 이 있다. “신맛이 나는 꽃 종류로는 앵초 , 단맛은 아카시 , 쓴맛이 나는 꽃은 무꽃 이에요. 꽃을 보며 내가 알고 있는 음식의 종류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요” 꽃을 이용해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박상호씨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꽃을 음식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 꽃비빔밥 , 꽃초밥 , 꽃샐러 드 등이 탄생했다.

박상호씨가 운영하는 농장의 규모는 1천여 평 정도. 지금은 꽃차를 판매하려고 준비 중이다. 매출은 아직 미미하지만, 희망이 자라고 있다.

“농업은 한 나라의 뿌리 , 기반사업 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있는 한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퇴직이 없다는 소리다” 그의 블로그(동화의 꽃밭들 농장)에 가보면 이런 글귀가 있다. 이는 박 씨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들이 그러더군요. 농사를 망치게 생겼다고요. 그래도 농부입니다” 역경이 그 앞을 가려도, 젊은 농사꾼 박 씨는 오늘도 꽃과 음식의 다리 가 된다.


[글 : 농림수산식품부 블로그 기자 신은주]
[사진 : 농림수산식품부 디지털 홍보대사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