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MBC 5부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이 요란한 잔치를 끝냈다. 네티즌들이 필요 이상으로 열광하는 통에 뭔가 싶어 덩달아 보긴 했어도, 나는 내내 한 권의 책을 머릿속에 굴리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프로그램이 만족스럽지 못한 탓이다.

문제의 책은 몇 개월 전 벼락 치듯 만났던 신간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부제 ‘일리노이주립대학장의 아마존 탐험 30년’)이다. 이런 게 참한, 제대로 된 야생 보고서이다. 책이건 TV 다큐이건 장르 구분 없이 마찬가지다. 지금도 훤하다. 어느 대목을 짚더라도 좔좔 읊을 수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다니엘 에버렛의 이 단행본을 거푸 세 번 읽었기 때문이다. 역시 아마존 지역의 소수종족, 그중에서도 특이한 피다한 종족의 이야기인데, 생생한 디테일 묘사는 물론 문명사적 시야가 탁월하다.

엄격하게는 인류학 보고서에 속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내 삶은 그들을 알게 됨으로써 윤택해졌다”고 털어놓았지만, 나 역시 그러했음을 기쁜 마음으로 고백한다.(당연한 말이지만,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이 현지로 떠나기 전 이런 고급 인문서를 탐독했더라면, 전혀 다른 접근이 나왔을 것이라 확신한다.)

일단 읽어보시라. 30년 전 그들을 기독교도로 개종시킬 목적으로 찾아간 뒤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되는 과정, 그러다가 오해가 빚어져 총을 든 피다한 족에게 저자가 죽을 뻔했던 위기, 그 이후 찾아온 평화 그리고 놀라운 문명사적 깨달음의 과정이 펼쳐진다. 저자가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의 ‘덜 떨어진’ 형식주의 언어학을 요절내는 대목은 좀 어렵던데, 건너뛰어도 문제없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의문은 이렇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통과의례나 장식품·숫자개념도 없고, 마을추장도 없으니 권력의 흔적조차 없는, 원시 그 자체의 피다한 사람과 현대인 중 누가 행복한가? 그들 삶을 문명세계에서 재현할 수 없다면 어떤 암시를 받아야 할까?

[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