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멸치가 우리의 입 속으로 오기까지…

멸치떼의 남해안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더 강해졌고, 그 수도 더 많아졌다. 멸치떼의 집중 공격에 어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지난 3월 초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조업으로 분주한 멸치잡이배에 함께 타 그 모습을 취재해 봤다.

멸치잡이는 1년 내내 조업이 이뤄지지만, 그 맛은 언제 잡히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특히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산란을 위해 근해에 들어오는 봄멸은 지방질과 타우린이 풍부하고 살이 연해 회, 구이, 찌개, 젓갈 등의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다. 즉 지금 잡히는 멸치가 가장 맛이 좋다.



멸치잡이 한창인 조업 현장, 직접 가보니…

자그마한 어업지도선을 타고 바다를 가르며 나가길 십여 분. 시원한 봄바람과 아름다운 다도해의 푸르름이 파도에 울렁이는 내 가슴을 잠재웠다.

“멸치잡이배 저기 있네. 다른 배도 그렇지만 멸치잡이배에는 갈매기떼가 항상 많이 따라 붙습니다. 멀리서 보고 다른 배 보다 갈매기가 많다 싶은 게 멸치잡이 배예요” 어업지도선 선장은 갈매기들이 통영 멸치 맛을 알기 때문에 항상 강아지처럼 어선들을 따라다닌다고 전했다.


▲ 어민들이 멸치잡이 그물을 끌어 올리고 있다.

지도선이 조업 중인 멸치잡이배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물 안에 눈부실 만큼 반짝이는 은빛 멸치들이 몸을 퍼덕이며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민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연신 그물을 당겼다.

어느 정도 그물이 당겨졌을 때 가공선(멸치를 가공·운반하는 선박)에서 나온 큼지막한 주황색 펌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멸치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펌프로 빨아들인 멸치는 가공선으로 옮겨져 끓는 물에 바로 삶는다. 멸치는 성질이 급해 잡히면 금세 죽어버리기 때문에 건조를 제외한 모든 작업이 배에서 이뤄진다. 이는 멸치가 상하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삶아진 멸치는 어장막(멸치를 건조하는 곳)으로 운반 되고, 어막장에서 자연광과 인조광 등으로 12시간 정도의 건조 과정을 거치면 우리 '식탁의 감초' 마른 멸치가 탄생한다. 


▲ 기선권현망어업으로 멸치 조업을 하는 모습.

기자가 지켜본 조업 방식은 기선권현망어업이었다. 7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만 가능한 이 방식은 2척의 끌배, 1척의 어탐선, 1척의 가공선, 2∼3척의 보조선으로 구성되어 조업을 하게 된다. 끌배는 어구를 끌어서 어획을 완수하는 주된 어선이다. 끌배의 고물에는 V자형 홈이 있는 양망기(揚網機)가 설치되어 있어 양망할 때 이것으로 오비기를 감아 올린다. 어탐선은 멸치군의 탐색, 작업지시 등을 하기 위한 사령선으로서 어군탐지기가 장치되어 있고, 가공선은 어획된 멸치를 삶아서 가공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갓 잡은 '은빛 멸치' 직접 먹어보니…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잡은 멸치의 맛은 어떨까? 그 동안은 말린 멸치만 보고 먹었기에 삶은 멸치 맛은 어떨까 궁금해 하고 있을 때, 이런 내 마음을 알아 차렸는지 멸치잡이배 선원 한 분이 "삶은 멸치 한판을 주겠다"며 인심을 베푼다.


▲ 갓 삶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멸치를 선원이 건내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 운 좋게 청정해역 삶은 멸치 한판을 얻었다. 내가 받아든 넓은 어판에는 방금 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은빛 새끼 손가락만한 멸치가 잔뜩 누워있었다. 선원에게 멸치를 받아 들자 주변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렸다.


▲ 갓 잡은 멸치의 은빛 자태. 

수많은 멸치 중 유달리 커 보이는 멸치 한 마리를 잡아 입 속에 넣었다. 한 두번 입을 오물거리자 정말 눈 녹듯 입안에서 감쪽같이 녹아 버렸다. 바닷물의 짭짤한 맛과 향이 멸치에 적당히 배어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 갓 잡아 삶은 멸치를 맛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맛있는 멸치를 잡을 수 있는 기간도 어종 보호를 위해 정해져 있다. 7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말까지만 기선권현망어업이 가능하고, 4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는 기선권현망어업 대신 일반적인 조업 방식으로 바뀐다. 그물 사이의 크기를 늘려 작은 멸치들은 잡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통영 앞바다에서 잡아 건조한 멸치는 정량동에 있는 기선권현망 수협에서 경매를 통해 유통된다.





멸치 경매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의 수신호가 여기 저기서 마치 포수와 투수의 사인처럼 오갔다. 특히 경매사의 빠른 말과 낙찰번호를 알리는 박력 있는 손짓이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 잘 건조된 대멸.


▲ 중멸(왼쪽), 소멸(오른쪽).

멸치의 종류는 무엇이 있나?

우리나라 연안에는 멸치, 청멸, 북멸 3종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멸치는 크기에 따라서 5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7.7cm 이상 되는 멸치는 대멸, 7.6~4.6cm 크기는 중멸, 4.5~3.1cm 크기는 소멸, 3.0~1.6cm 크기는 자멸, 1.5cm 이하는 세멸로 분류한다.

어머니들이 도시락 반찬으로 많이 싸주셨던 멸치는 자멸과 세멸이다. 또 고추장과 함께 술안주로 많이 먹는 멸치는 소멸이나 중멸이다. 그리고 가장 크기가 큰 대멸은 국물을 낼 때 가장 많이 사용된다.

맛있고 좋은 멸치 고르는 법

멸치는 은빛이 나고 맑은 기운이 도는 것이 가장 좋은 상품이다. 또 맛을 봤을 때 짜지 않고 고소하며 은근한 단맛이 느껴지는 멸치가 좋다. 특히 소비자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등이 굽은 멸치는 이상이 있는 멸치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으로 말린 멸치가 등이 굽은 이유는 살아 있을때 삶아 말렸기 때문이다.



멸치 색다르고 맛있게 먹는 법

늘 반찬으로 먹는 멸치는 아이들 간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바로 '멸치 강정'이다. 두뇌발달과 노화방지에도 좋은 견과류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리튀밥을 함께 넣어서 만들면 아이들 간식으로 잘 맞는다.

우선 올리고당과 물엿, 설탕, 맛술 등으로 시럽을 만든 후 볶은 멸치와 보리튀밥, 아몬드, 땅콩, 피스타치오, 피칸 등의 견과류를 넣고 시럽이 골고루 묻도록 버무려 준다. 이어서 위생장갑과 쟁반에 기름을 발라주고 손으로 뭉쳐 둥근 강정 모양을 만들면, 시럽이 굳어 강정이 완성된다.

멸치만으로 강정을 만들면 짠 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견과류와 보리튀밥이 함께 들어가 있어 견과류의 고소한 맛과 보리튀밥의 바삭함이 어우러져서 맛있다. 영양적으로도 매우 우수한 간식이다.



오늘은 국민반찬 멸치 먹는 날

지금까지 바다에서 헤엄을 치던 멸치가 어떻게 잡혀 우리의 식탁까지 올라오는 지를 모두 지켜봤다. 그야말로 '멸치의 위대한 여정'이라고 할 만 하다. 고단백, 고칼슘의 국민건강 식품 멸치. 오늘은 우리 멸치로 식탁을 꾸며 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농림수산식품부 홍보담당관실 고성혁, 강지용 / 농림수산식품부 블로그 기자 김태헌]

[사진=농림수산식품부 디지털홍보대사 김영진, 서인석, 이두형, 최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