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나 오 "한식, 사물놀이처럼 전통 고수하면서도 바꿔야"

한국의 소리를 전 세계에 알린 ‘김덕수 사물놀이패’. 그 뒤에서 사물놀이를 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외국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수잔나 오 코리아닷컴 고문이다. 그녀는 1980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첫발을 내딛었다가 한국의 전통문화에 매료돼 한국땅에 뿌리를 내렸다.

특히 그녀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을 보고 사물놀이 마니아가 돼 1994년까지 공연단의 해외공연 담당 매니저를 맡는 등 한국의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84년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첫 해외공연이 성사된 것도 오 고문의 공이 컸다. 현재 그녀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코리아닷컴(www.korea.com)의 기획과 운영을 맡아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인연만큼 한국음식과의 인연도 남달랐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지방공연을 발이 닳도록 쫓아다닌 결과 8도의 별미와 향토 음식은 모두 맛볼 수 있었다는 것. 사물놀이 공연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라 공연단이 공연비를 먹는데 모두 썼을 만큼 먹을거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도 그녀가 한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녀는 사물놀이 공연 전 고사를 지내고 맛본 머리고기와 시루떡, 막걸리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코리안 바비큐에서 반찬이나 야채 위주로"

그녀는 한식 세계화 방안에 대해 사물놀이를 세계에 알린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사물놀이는 사실 오래된 공연 형태는 아닙니다. 한국의 음악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4명이 모여서 2시간 동안 무대공연을 펼치는 것은 이전에는 없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에요. 한식도 세계의 무대에 올라서려면 사물놀이처럼 전통을 고집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적절히 변형시켜야 한다고 봐요. 한국 음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아무래도 힘들다고 봅니다"

"이를 테면 쌈밥과 같은 메뉴가 고기를 즐길 수 있으면서도 야채를 풍부하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음식이죠. 지금까지 불고기나 갈비 등 코리안 바비큐 위주로 한국 음식을 알려왔는데, 반찬이나 야채 중심으로 옮길 때가 됐다고 봐요"

“사물놀이가 해외에 널려 알려진 것은 공연만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해외공연을 할 때는 사물놀이의 유래나 특징,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등을 담은 상세한 안내책자를 준비해 관객들에게 나눠줬어요."

"그런데 한국 음식의 경우 음식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단지 메뉴판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에요. 한국 음식이 외국인으로부터 짜다거나 맵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조금씩 덜어먹어야 하는 반찬인데 한입에 가져다 먹곤 하죠. 먹는 방법을 모르는 거예요. 한식의 ‘환상적인 궁합’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쉬울 때가 많아요. 한식의 세계화, 그 첫걸음은 바로 설명입니다. 음식의 재료라든지 유래, 조리법, 먹는 방법 등 감상법을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봐요.”

"막걸리 세계화, 와인에서 마케팅 벤치마킹해야"

오 고문은 한국인들이 우수한 문화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외래의 문화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전통음악의 경우, 서양의 피아노나 바이올린에 비해 배우기도 쉽고 훌륭한 체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것에 '밀린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막걸리와 같은 우수한 전통주가 있음에도 와인이나 위스키를 고급술로 여긴다는 것이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최근 발표된 '막걸리의 세계화 방안'으로 옮겨 갔다.

"막걸리는 와인에 비해 손색이 없는 술이에요. 다만 배워야 할 것은 마케팅 방법입니다. 와인을 세계에 퍼뜨린 사람들은 와인을 그냥 마시라고 하지 않았어요. 와인의 역사나 효능, 만드는 방법이나 종류에 대해 끊임없이 교육을 실시해 왔어요. 또 와인치즈 파티와 같이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막걸리의 세계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전과 같은 안주와 같이 진출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전은 종류도 많거니와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또 서양인들은 음식의 데코레이션을 상당히 중시 여기는데, 막걸리를 따르는 잔의 경우 인간문화재 같은 분들이 만드신 도자기가 좋다고 봐요. 형태는 입구가 넓은 사발 형태가 괜찮아 보이는데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와인잔도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 샴페인에 따라서 잔의 모양이 다른데 이유는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라죠. 막걸리잔도 만드는데 있어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 고문은 오는 10월, 외교통상부 국제교류재단에서 '미국 평화봉사단 한국 재방문 행사'를 개최한다고 전하며, 과거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활동했던 미국인들을 위해 막걸리 시음 파티를 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한두 번쯤 막걸리 맛을 봤을 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면 미국에 막걸리를 알리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한국생활 30여 년 동안 건강문제가 한 번도 없었다는 오 고문. 그녀는 또래의 미국 친구들로부터 비만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한식의 우수성을 새삼 깨닫는다고 강조했다. 사물놀이의 세계화에 성공했던 것처럼 한식의 세계화에도 앞장 설 그녀의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진행 고정태, 글 이강호, 사진 박종훈]
[제공 : 농수산물유통공사 : http://www.at.or.kr/tp0100/tp0107/sa010700/sa010700.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