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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 뮤지컬 '곤, 더 버스커'

빛나는 청춘을 노래하는 특별한 여정


빛나는 청춘을 노래하는 특별한 여정

[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뮤지컬 ‘오디션’에서부터 최근 상연된 ‘도로시밴드’나 브로드웨이에서 건너 온 ‘원스’에 이르기까지 요즘 들어 배우들이 직접 연주도 하고 노래도 하며 뮤지션들의 삶을 다룬 액터뮤지션 뮤지컬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시점이 됐다.

2007년 초연 이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뮤지컬 ‘오디션’을 만든 장본인인 김도혜 프로듀서와 박용전 연출의 신작으로 현재는 두산아트센터에서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따끈따끈한 창작 뮤지컬 ‘곤, 더 버스커’를 만나봤다.

뮤지컬 ‘오디션’이 꿈을 먹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힘껏 버티고 살아가는 가슴 아픈 청춘들의 먹먹한 이야기라면, 뮤지컬 ‘곤, 더 버스커’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비긴 어게인’을 연상시키듯, 꾸밈없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팍팍하고 고달픈 현실을 잠시 뒤로 한 채 소금기 없는 투명한 눈물과 맑은 미소로 희망을 노래하는 듯한 작품이다.

3년 전, “거리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해보지 않겠냐”는 기획의도로 첫 걸음을 떼었다는 이 작품은 오랜 준비 기간과 각종 수상경력이 입증하듯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완성도와 신선함으로 가득하다.


주인공 ‘최 곤’은 “내 직업은 버스커입니다.”라고 서슴없이 내뱉을 정도로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꿈꾸는, 순수하면서도 철이 덜든 소년 같은 인물이다. 어찌 보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단편적인 한 조각을 상징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실연의 상처와 아픔을 갖고 거리에서 노래를 하던 ‘곤’은 우연히 노래할 곳을 찾던 중 청각장애를 가진 탭댄서 ‘니나’와 그녀의 동생이자 스트리트 드러머’인 ‘원석’을 만나 의기투합해 ‘니나잘해’라는 팀을 결성한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떠돌아 다니는 ‘니나’ 남매를 도와 전국방방곡곡으로 버스킹을 다니던 ‘곤’은 그들의 버스킹 영상이 유튜브에서 많은 인기를 얻게 되자 우여곡절 끝에 ‘니나’ 남매를 위해 마지못한 심정으로 버스커들을 소재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순수한 열정의 버스커들은 마치 시청률을 위한 도구로써 자신들을 이용하고 억압하는 방송 시스템의 추악한 진실을 맞대면하게 된다. 눈물을 뒤로 하고 함께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 그들의 반격. 마침내 성공으로 포장됐던 상업주의를 스스로 벗어나 ‘곤’ 일행은 다시 그들이 원래 있던 거리로 돌아와 공연을 계속해 나간다.

뮤지컬 ‘곤, 더 버스커’는 크게 두 가지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곤’ 일행의 꾸밈없고 진실한 모습이 전반부에서 인상적으로 그려진다면, 후반부에서는 음악인들을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현행의 음악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극 중에서 동요를 R&B로 편곡해 우스꽝스러운 미션을 진행하도록 강요하는 장면이라든지, 더 나아가 프로그램을 띄우기 위해 미모의 청각장애인 댄서 ‘니나’가 엄마를 찾아 버스킹을 하는 사연을 감동팔이로 전락시키는 극단적인 모습은 숨어있는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를 발견한다는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있는 오늘날의 오디션 방송프로그램의 현주소를 짚어보며, 우리가 잃어 가고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만든다.

이와 구별되듯, 버스커들의 음악은 진실되고 꾸밈이 없다. 거리의 예술가, 버스커들은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담담하게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음악들이 때로는 이야기를 이끌어 주고 때로는 이야기 속에 매끄럽게 녹아 들어 자연스레 감정을 쌓아나간다.

특히 주인공 ‘곤’ 역에 실제 오랜 기간 밴드생활을 해왔던 허규와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가 캐스팅되는 등 실제 싱어송라이터와 세션 등 진짜 뮤지션들이 대거 합류한 만큼 배우들 자신의 평상시 모습을 보여주는 듯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연기와 노래가 일품이다.

또 귀가 들리지 않는 탭댄서 ‘니나’ 역을 맡아 열연한 김효정 배우는 무용수로서 유려한 춤솜씨는 물론이고,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배어 나오는 절제된 표현들에서 관객들에게 가슴 벅차는 깊은 인상을 준다.


두 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는 욕심 탓인지 숨 돌릴 틈이나 여백 없이 진행되는 게 다소 아쉽긴 하나, 장르적인 특성상 드라마 보다는 느낌과 분위기에 방점을 찍은 연출과 멋진 장면들에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세잎클로버’라는 뮤지컬 넘버는 "버스커란 이런 것이다.”라는 느낌을 별 대사 없이도 공감 가는 가사와 즉흥적인 멜로디, 리듬, 탭댄스, 다양한 악기 선율 등 시청각적인 여러 퍼포먼스를 어우러지게 조화시킴으로써 드라마틱하고 세련되게 연출했다.

또 다른 명장면은 부산 해운대 길거리에서 행인들과 신나게 버스킹을 즐기던 ‘곤’ 일행에게 구청공무원이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공연을 중단시키는 부분이다.

냉정하고 차가운 현실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가난한 거리의 예술가인 ‘곤’과 청각장애를 가진 ‘니나’라는 누구보다 순수하지만 나약한 인물들의 좌절이 때로는 현실에 주저앉고 마는 가슴 아픈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슬프게 와닿는다.

하지만 이에 주저 앉지 않고 ‘곤’은 눈물을 흘리는 ‘니나’의 옆에서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그 순간 떠오른 진실된 감정을 즉흥적으로 담아 노래를 부른다..

​“울 때 조차 예쁜 춤추는 소녀야… 내 눈을 봐요. 내 마음이 들리나요. 내가 줄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요. 난 노래할게요. 조금 느리겠지만 당신의 마음에 내 노래가 닿도록”

‘울때조차 예뻐요’라며 듣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노래하는 곤의 모습이 더 없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뮤지컬 ‘곤,더버스커’를 보고 나면 알 듯 말듯했던 ‘청춘로드뮤지컬’이라는 생소한 타이틀이 참 잘 어울리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곤'이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특별한 여정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한편 코드와 멜로디, 가사를 통해 즉흥적인 감정을 노래로 전달하는 버스커로서의 ‘곤’의 모습은 흡사 자기 나름의 길에서 담담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며,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내면적인 여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난 내 길을 찾아 걸어가야 해.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을 순 없어.’라고 말하듯,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곤’의 뚝심 있는 뒷모습에 따뜻한 미소와 응원의 박수가 절로 난다.

우리들 모두 다 각자가 ‘자기 자신’이 되는 저마다의 길 위에 있다. 때로는 상처받고 눈물짓기도 하지만, 이 뮤지컬 속에서 꾸밈없고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곤’ 일행의 모습을 관객들은 동시대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공연의 제작자라면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과, 관객이 비록 절반뿐이라고 해도 오래도록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상을 남기는 것 사이에서 항상 선택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마련.

비록 이 작품이 보편적인 흥행공식을 따라가는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라 할 지라도 극 중에서 버스커들 자신들이 꾸밈없는 이야기와 음악들로 자기만의 길을 걷는 여정은 관객들 누군가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음악으로 기억되는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다만, 상업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절반의 관객에게 특별한 위로와 감동의 순간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오래도록 만나볼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해본다.

점점 다듬어져 가는 빛나는 청춘의 순간을 노래하는 뮤지컬‘곤,더버스커’는 오는 3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JTN 임귀연 문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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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임귀연 객원기자 press@jtn.co.kr
  • 기사입력 : 2015-03-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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